고대 그리스의 다재다능한 신 「헤르메스」
- 역사
- 2023. 1. 2.
상업, 도둑, 전령, 발명, 교활함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플레이아데스'인 '마이아'의 자녀로, 아르카디아 지방에 있는 키레네 산의 동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리스의 신들은 항상 몇 가지 자기가 주관하는 분야에 대한 신으로서의 역할이 있는데, 헤르메스는 다재다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분야가 많으면서 동시에 중구난방으로 연결되지 않는 느낌이 있다. 헤르메스는 보통 도둑과 나그네와 상인의 수호신이며 신들 사이에서 전령의 역할을 하는데, 그 외에도 목동, 체육, 웅변, 도량형, 발명, 거짓말쟁이의 교활함을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리스 올림포스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신으로 묘사되고 있는 만큼, 신화에서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헤르메스는 태어나자마자 태양의 신 '아폴론'의 소 때를 훔쳤는데, 같은 신이기는 하지만 신의 가축을 훔치는 대담함과 동시에 무모함이 느껴진다. 헤르메스는 들키지 않기 위해 소들의 발굽에 나무껍질을 씌워 소리를 지우고, 꼬리에 빗자루를 달아서 발굽자국을 지웠다고 한다. 이후의 행적은 더 용의주도한데, 훔쳐온 소들을 숲 속에 숨겨두고는 그중 두 마리의 소를 잡아 여러 신들에게 제물로 바쳤다. 이러한 이유는 신들이 제물을 받게 되면, 나중에 아폴론에게 소들을 훔친 것을 들키더라도 제물을 받은 신들도 공범이 되기 때문에 아폴론이 크게 화내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제물로 바치는 신들 중에는 자기 자신도 들어있었다고 하니, 천진난만한 것인지 뻔뻔스러운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다. 그러고는 곧장 소의 창자와 거북이 등껍질로 리라를 발명하였다고 한다. 결국 아폴론에게 소를 훔친 사실을 들키게 되지만 리라를 연주하며 아폴론의 기분을 풀어주고, 그 리라를 선물하여 화해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미워할 수 없는 성격의 소유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헤르메스가 아직 아기였을 때 '아레스'인 척하고 '헤라'의 젖을 먹은 적이 있었다고 하는데, 헤라한테 들키고도 귀여움을 받았다고 하니, 그 능청스러움과 친화적인 성격은 질투의 화신으로 그려지는 무서운 헤라에게도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발명의 신 헤르메스
헤르메스는 발명의 신이기도 하고, 특이한 물건들을 들고다녔다. 그중에 제일 유명한 것이 바로 '카두케우스' 혹은 '케뤼케이온'이라고 불리는 지팡이이다. 이 지팡이는 뱀 두 마리가 지팡이를 감아 올라가는 모양으로 신들의 전령이었던 헤르메스의 상징인데, 그 모양이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와 비슷하다. 카두케우스는 헤르메스의 상징으로 상업이나 교통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한때 미군에서 착오로 군의 부대의 상징으로 카두케우스를 사용하였고, 이는 우리나라 의사협회에서 차용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후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로 수정되었다고 한다. 또 날개 달린 모자인 '페타소스'를 쓰고, 날개 달린 샌들인 '탈라리아'를 신고 다녔다. 이 신발은 원래 '아프로디테'의 것이었으나 헤르메스가 훔쳤다고도 하며, 나중에 영웅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퇴치할 때 헤르메스가 빌려주었다고 한다. 헤르메스는 알파벳, 숫자, 천문학, 도량형 등을 발명했다고 해서, 중세에는 연금술의 창시자로 여겨지기도 했다. 로마에서는 '메르쿠리우스'라고 불렀는데 상업과 교역을 담당하는 신으로 숭배된 것 같다. 영어로는 '머큐리'라고 발음한다.
제우스의 아들 헤르메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아들답게 여신과 요정들 사이에서 자식을 낳았는데, 요정 '드리오페'가 낳은 목동과 나무꾼들이 숭배하는 '판'이나, 아프로디테가 낳은 자웅동체인 '헤르마프로디토스' 등이 유명하다. 아프로디테는 남편인 '헤파이스토스' 몰래 외도를 많이 한 것으로 나오는데, 아프로디테가 아레스와 불륜을 저지르다가 헤파이스토스가 설치한 그물에 걸려 여러 신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때 헤르메스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아프로디테를 지켜보던 헤르메스를 본 제우스가 아들의 속 마음을 읽고, 아프로디테가 목욕할때 독수리를 시켜 황금 샌들을 훔치게 하였다고 한다. 독수리는 날아가서는 훔친 샌들을 헤르메스 앞에 떨어트렸고, 헤르메스는 샌들을 보자마자 자초지종을 눈치채고 샌들을 돌려주는 대가로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