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
- 역사
- 2023. 1. 3.
농경사회의 핵심인 곡물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으로, 다른 형제들과 태어나자 마자 크로노스에게 삼켜졌다가 막내였던 '제우스'의 도움으로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된다. 데메테르는 대지와 농업, 곡식, 계절을 관장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할머니인 '가이아'나 어머니인 레아에 이어 대지모신의 역할을 이어받은 것으로 보인다. 데메테르는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꽃과 식물의 여신인 '페르세포네'를 낳았다. 그외에도 포세이돈이나 아레스 등과의 사이에서도 아이를 낳았는데, '아프로디테'와 달리 성적으로 문란하게 묘사되지 않는 데메테르가 여러 남자와이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것을 문화 융합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농업을 관장하는 만큼 농경민족의 신인 데메테르가 유목민족이 신인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것을 두 문화의 충돌과 융합으로 인해 생겨난 설화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포세이돈은 해양민족이고 아레스는 야만족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 같다. 데메테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헤라'를 포함한 많은 여신들 중에서도 최상위격으로 취급되는데 농경중심이었던 당시 사회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신화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데, 그렇게 중요한 신이 고난을 겪거나 화가나면 매우 무섭기 때문일 것이다.
계절의 탄생
데메테르가 계절을 관장하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관장하고 있다기 보다는 데메테르 그 자체가 계절이라고 보는게 더 맞는 시각 일 수도 있다. 데메테르는 딸인 페르세포네와 함께 대지를 가꾸고 있었는데, 어느날 지하를 다스리던 '하데스'가 지상으로 올라왔다가 들판에서 꽃을 따던 페르세포네를 보고 한눈에 반하여,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지하로 돌아가버린다. 딸이 없어지자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헤메느라 대지를 관리하는 것을 소홀히 하였고, 그로 인해 초목이 말라 죽어 대기근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헬리오스'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데메테르는 제우스에게 항의하며 딸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고, 제우스는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헤르메스'를 하데스에게 보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게 된 하데스는 페르세포네에게 석류 몇알을 먹이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하데스가 다스리는 지하세계에는, 지하세계 음식을 먹으면 지하세계에 살아야한다는 결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구실로 페르세포네를 다시 자신의 옆에 두려고 한 것이다.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가 다시 돌아온 것에 기뻐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타협하여 년중 일정기간 동안 지하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한다. 그리하여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있을때는 초목이 성장하고 결실을 맺지만, 페르세포네가 지하로 가면 데메테르가 슬퍼하여 겨울이 온다고 한다. 일설에는 당시 그리스에서는 주식으로 밀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밀이 자라는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페르세포네가 지상에 있고, 여름인 6월부터 9월까지 지하로 내려간다고도 한다. 이처럼 생명의 근간이 되는 신의 노여움을 그 여파를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로마에서는 '케레스'라고 부르며, 당시 곡창지대였던 시칠리아의 수호신으로 여겨졌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