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연나라의 명장 「악의」
- 역사
- 2023. 2. 7.
선종외시(先從隗始)
'악의'의 선조는 위나라의 명장인 '악양'이라는 인물로, '위 문후' 때에 '중산'을 정복한 공으로 '영수'를 다스리게 되었다고 한다. 악의가 태어난 시기나 위치는 불문명하지만, 대대로 영수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땅은 후에 '조나라'의 '무령왕'에게 점령되어, 악의는 조나라 사람이 된다. 악의는 조나라에서 관직을 지냈는데, 무령왕이 죽고나서는 '위나라'로 갔다고 한다. 이무렵 '연나라'는 '제나라'에게 공격받아 사실상 속국의 상태였는데, '연 소왕'은 신하인 '곽외'에게 우수한 인재를 모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었다. 이게 곽외는 우선 나부터 중용하라고 말하였다. 연 소왕은 곽외를 스승으로 모시고, 그를 위한 저택을 지어줬다고 한다. 이러한 소문을 듣고 많은 인재들이 널리서 찾아오게 되었고, 후에 악의 또한 연나라로 오게 된다. 이것이 선종외시(先從隗始) '우선 (곽)외부터 시작하십시오'하는 뜻으로 중국의 속담으로 널리 쓰인다고 한다.
제나라와의 싸움
기원전 290년경 중국의 전국시대에는 '진나라'와 제나라가 2대 강국이었다. 제나라는 ‘계명구도’로 유명한 '맹상군'을 재상에게 맡기고, '춘추오패'로도 유명한 '제의 환공' 이후로 국력을 계속 축적하고 있었다. 연 소왕은 이전에 아버지와 형이 제나라에 의해 화를 입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연나라를 부흥시키고 제나라에 복수하려고 하였다. 악의는 그런 연 소왕에게 다른나라와 동맹하여 대항할 것을 제안했다. 이후 악의는 직접 조나라를 찾아가서 조약을 맺었으며, 사람을 보내 '초나라'와 위나라와도 동맹을 맺어 연합을 결성하였다. 마지막에는 진나라에도 제나라를 토벌하기 위해 협력할 것을 설득하였다. 제나라의 국력은 강대하였으나 '제 민왕'의 교만함하고 포악한 성격이 약점이 되었다. 제나라의 재상 맹상군은 전에도 한번 제 민왕의 미움을 사서 재상의 자리에서 쫒겨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위뿐만 아니라 생명의 위험까지 느낀 그는 위나라로 도망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 소왕은 악의를 총사령관으로 하여 연합군을 이끌고 제나라를 공격하게 했다. 연합군은 제나라의 군대와 싸워 크게 승리하였고, 이에 만족한 다른 나라의 군사들을 귀환하였지만, 악의는 연나라 군대를 이끌고 계속 진격하여, 제나라의 수도인 임치까지 함락시켰다. 제 민왕은 달아났으나, 악의는 전쟁을 계속하여 5년 동안 70여개의 성을 함락시키고 '거'와 '즉묵'만이 남았다고 한다. 그사이에도 제 민왕은 자신을 도와주는 다른 나라들에게 불손하게 굴었고, 결국 초나라에서 구원하러 보낸 '요치'에게 살해당하였다.
조나라로 망명
왕도 죽고, 국토고 거의 다 잃은 제나라는 바람 앞에 등불 같은 지경에 이르렀는데, 악의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다. 먼저 제 민왕의 아들이 왕위를 이어 '제 양왕'으로 죽위하였는데, 이로 인해 제나라 사람들이 다시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이 되었다. 그리고 남은 제나라의 성 중 하나인 '즉묵'은 '대부'라는 자가 지키고 있었는데, 그가 전사하면서 '전단'이라는 자가 장군으로 추대되어 성을 지켰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신뢰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던 연 소왕이 사망하고, 그의 아들인 '연 혜왕'이 즉위하였는데, 그는 태자시절부터 악의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제나라의 전단은 연 혜왕과 악의의 사이를 이간질 하였고, 이에 연 혜왕은 악의를 해임하고 연나라로 불러들였다. 이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악의는 조나라로 망명하게 된다. 이후 연나라의 장군으로 '기겁'이 취임하였으나, 전단은 '화우지계'를 이용하여 연나라의 군대를 물리쳤고, 종국에는 연나라에 빼앗긴 70여개 성을 모두 되찾았다. 악의를 잃은 연나라는 그렇게 무너져 버렸다. 전쟁에서 참패하게 된 연 혜왕은 뒤늦게 후회하여 악의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악의는 연나라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편지로 써서 답장을 보냈다. 이 서신을 '보연왕서'라 한다. 연 혜왕은 이에 악의의 아들인 '악간'을 '창국군'으로 삼고 대우해 주었으며, 악의는 연나라와 조나라를 오가며 지내다, 조나라에서 사망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