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배리법
- 과학
- 2023. 3. 15.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엘레아 학파의 시조이기도 한 파르메니데스에게는 입양의 연을 맺은 제논이라는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엘레아의 제논은 파르메니데스의 사상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슬퍼하고, 스승의 생각에 대항하는 이론에 대해 반론하고, 스승을 옹호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제논이 생각한 논법은 '배리법'입니다. 배리법은 상대가 참으로 하는 명제를 일단 참이라고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해, 참이라고 가정한 것에 의해 생기는 모순을 도출함으로써, 상대의 명제가 성립되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참으로 하는 명제를 증명하는 때에는, 자신의 명제의 부정을 참이라고 가정하는 것에 의해 도출되는 모순을 나타냄으로써, 자신의 명제가 참이라고 결론지게 됩니다. 배리법의 이러한 증명방식을 간접증명법이라고 하며, 귀류법, 반증법이라고도 하고, 라틴어로는 Reductio ad absurdum라고 합니다. 배리법에 대해 간단한 예로 생각해 봅시다. 곤충과 거미는 절지동물의 동료이지만, 곤충은 절지동물 곤충류, 거미는 절지동물 거미류에 속합니다. 거미가 곤충이 아니라는 것을 배리법으로 증명해 봅시다. 우선,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의 부정인 '거미는 곤충이다'를 명제로 하여 논리를 전개합니다. 곤충의 몸은 머리, 가슴, 배로 구분하며, 다리가 6개 입니다. 거미의 몸은 머리와 배로 구분되며, 다리가 8개 입니다. 거미가 곤충이라면 몸의 구분과 다리의 개수가 맞지 않게 됩니다. 때문에 거미는 곤충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곤충과 거미의 구조를 비교하면, 모순이 생기기 때문에, '거미는 곤충이다'라고 하는 가정이 성립되지 않는 것을 나타낼 수 있고, 원래의 명제 '거미는 곤충이 아니다'를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곤충과 거미 다리의 수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거미는 다리가 8개이다. 곤충은 거미가 아니다. 따라서 곤충은 다리가 8개가 아니다. 이러한 명제는 일견 성립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증명할 수 없습니다. 위의 논리에서 곤충을 다시 문어로 바꿔봅시다. 문어는 곤충이 아니지만 다리는 8개 있습니다. 이와 같이 조건 설정이나 절차를 잘못하면 증명할 수 없게 됩니다. 또, 명제와 조건에 따라서는 목적의 증명을 할 수 없고, 미궁빠져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배리법을 사용할 때는 이러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