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명예로운 경력 「쿠르수스 호노룸」
- 역사
- 2023. 5. 26.
로마 시대의 엘리트 출세 코스
현대의 엘리트 코스라고 하면 보통 법대나 의대를 졸업하여 현직에서 출세 코스를 달리다가, 더 나아가 정계에 진출하여 장관이나 의원이 되는 것일 것이다. 고대 로마에도 이러한 엘리트 출세 코스로 인식되는 것이 있었는데, 로마인들은 이를 '쿠르수스 호노룸'이라고 불렀다. 로마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하면서 다른 나라들과 다른 특이한 통치체제를 구축하였는데, 기본적으로는 귀족들을 중심으로한 원로원이 주도하였지만, 그 안에서 집정관이나 호민관 등 시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공직자들이 실무를 담당하였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로마인들은 귀족들부터 평민들까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특히나 명예를 중시하던 로마인들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큰 공적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직에 진출하여 로마를 위해 일하면서 여러 경험을 쌓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공직자는 투표를 통해 선출되었기 때문에, 소위 신참자가 갑작스럽게 집정관에 당선되기는 어려웠워서, 하위 공직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갈 수 밖에 없었고, 어느세 로마인들은 이러한 방식의 순서에 따라 공직을 거쳐 출세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로마의 선출직 공직에는 연령이나 연임에 대한 규정이 있었는데, 공직의 순서는 사실상 이러한 제한 사항에 영향을 받았다. 그리하여 보통 재무관으로 시작하여, 안찰관과 법무관을 거쳐 집정관에 당선되었으며, 마지막으로 감찰관을 지내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예외
능력은 귀족이나 평민에 상관없이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이지만, 쿠르수스 호노룸의 단계를 밟는데는 사실상 개인의 역량보다는 가문의 역량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또 로마의 영향력이 확장됨에 따라 로마 시민의 테두리도 같이 넓어졌지만, 로마시에 기반이 없는 사람들이 이러한 단계를 밟기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였다. 그러나 만약 로마가 이러한 경직된 구조에만 얽메였다면 그렇게 오래 존속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로마는 위기상황 등 필요에 따라 상당히 유연한 대응을 통해 계속해서 로마 사회를 유지시켰다. 쿠르수스 호노룸의 단계를 착실히 밟은 사람들은 그 명예를 존중받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 예외적인 방식으로 집정관 등의 공직에 선출되어 로마를 위해 일한 사람들이 차별받지는 않았다. 특히나 위기 상황에서 로마를 구한 영웅들은 원로원 내부에서는 어떻게 평가되었든 간에, 실질적으로 로마 시민들에게는 매우 사랑받았다.
로마 제국과 쿠르수스 호노룸
로마 공화정이 몰락해 감에 따라 쿠르수스 호노룸을 따르는 공직자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쿠르수스 호노룸을 존중하는 태도 자체는 남아있긴 하였지만, 공직자가 투표를 통해 선출되는 만큼 유권자들에 대한 인기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공화정이 진행되는 동안 공직에 선출되기 위한 조건에는 능력이나 경력 만큼이나 부와 영향력이 더 중요해졌고, 많은 귀족가문이나 실력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시키기위해 결탁하기도 하였다. 종국에 로마가 제정으로 이행하면서 원로원보다, 황제와 황제에게 임명된 실무 공직자들의 역할이 더 커지기 시작하였고, 명목상 쿠르수스 호노룸은 로마의 멸망까지 남아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상 그 의미는 퇴색되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