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해적의 황금시대 일탈의 삶을 추구한 여해적 「앤 보니」
- 역사
- 2023. 10. 16.
철없는 앤
'앤 보니'(Anne Bonny)는 1700년경에 아일랜드의 '코크'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변호사였지만 어머니는 그의 하녀로 불륜관계에서 생겨난 아이였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괜찮은 생활을 한 것 같은데, 아버지는 그녀를 정식 자녀로 인정했으며, 아버지의 본처도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를 계속 함께 지낼 수 있게 해 주었다. 앤의 가족들은 곧 런던으로 이주하였는데, 이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버지는 앤에게 남장을 시키고 변호사 서기로 교육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본처에 의해 저지되었고, 이들은 다시 명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인 캐롤라이나 주로 이주하여 생활하였다. 캐롤라이나에서 아버지의 변호사 생활은 신통치 않았던 것 같은데, 대신 마을 외각에 저택과 농장을 마련하는 등 전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며, 이 시기 즈음 12살의 앤은 친모를 여의게 된다. 그래도 아버지의 사업은 성공하였는지 어느 정도 풍족한 생활을 이어간 것 같은데, 앤은 성격이 불 같아서 13살에는 하녀를 칼로 찌르는 사고를 치기도 하였고, 가난한 선원인 '제임스 보니'라는 남자를 만나서 덜컥 결혼을 하게 된다. 제임스는 앤의 아버지로부터 재산을 나누어 받을 것으로 기대한 것 같지만, 도리어 앤이 집에서 쫓겨나게 되었고, 두 사람은 바하마 뉴프로비던스 섬의 나소로 이주하게 된다.
여해적 앤 보니
두 사람이 이주한 나소는 당시 잉글랜드계 해적들의 근거지로 '해적 공화국'이라고도 불리었는데, 앤과 제임스는 그곳에서 술집을 운영하며 해적들을 상대로 장사하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캘리코 잭'으로 유명한 해적 '존 래컴'을 만나게 되었는데, 존은 적극적으로 구애하여 앤의 마음을 얻었고, 제임스에게 돈을 줄 테니 앤과 이혼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게 된다. 제임스는 당연히 이 요구를 거절하였는데, 이에 앤과 존은 사랑의 도피를 떠나 쿠바에 가서 아이를 낳게 된다. 이때 그녀는 잠시 동안 남장을 하고 선원 생활을 했다고 하는데, 나름 재능이 있었는지 아무도 그녀가 여자인지 못 알아봤다고 하며, 아이를 낳은 후에 다시 존과 합류하여, 제임스와 이혼 한 뒤 정식으로 존 결혼하고 해적 생활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이후 1720년에 '메리 리드'를 만나 해적단에 합류시켰으며, 앤은 존과 메리와 함께 나소항에 잠입하여 슬루프 한대를 훔쳐 달아나는 데 성공한다. 이들은 이 배를 기반으로 자메이카 인근에서 어선을 상대로 해적질을 하였는데,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앤도 메리도 계속 남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여자인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곧 앤은 메리에게 매력을 느껴 접근하였고, 구애하기 위해 본인이 여자라고 밝혔다가 메리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러한 앤의 행동에 존이 질투를 하였는데, 이 때문에 메리는 존에게도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세상에 드문 여해적이 두 명이나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알 수 없는 최후
이들의 해적 행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는데, 그 해 말 이들은 자메이카의 서쪽 끝에서 영국의 해적 사냥꾼 '조나단 바넷'에게 체포되었다. 당시 해적단은 자신들의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럼을 마시며 잔치를 벌였는데, 조나단이 그 자리를 급습하였고, 술에 취한 이들은 모두 선창으로 도망가서 숨어버렸다고 한다. 이때 앤과 메리, 그리고 누군지 알 수 없는 남자 한 명만이 저항하였는데, 그들이 숫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진압되자, 존을 비롯한 선창에 있던 이들은 목숨을 구걸하며 투항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해적의 최후는 별로 좋지 못했는데, 자메이카에서 재판을 받은 이들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졌고, 앤과 메리 만이 임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형을 유예받을 수 있었다. 이때 앤은 감옥에서 존을 보고 '남자답게 싸웠으면 개처럼 목 매달릴 일도 없었을 것'이라며 크게 분노하였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메리는 결국 이듬해인 1721년에 열병으로 감옥에서 사망하였지만, 앤의 최후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데, 그녀에 대한 기록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형됐다는 기록도, 석방 됐다는 기록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그녀의 최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만이 남아있다. 혹자는 처형됐을 것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풀려났으나 자메이카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하며, 혹은 다시 캐롤라이나의 가족들에게 돌아갔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앤이 투옥되었던 자메이카의 '스패니시 타운'에 1733년에 그녀가 매장되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하는데, 그 기록이 정확한지, 혹은 그것이 앤 본인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