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세 해적의 황금시대 남장에 능했던 여해적 「메리 리드」
- 역사
- 2023. 10. 18.
이름 모를 선장의 사생아
'메리 리드'(Mary Read)가 태어난 시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데, 1690년경에 런던에서 어느 선장의 사생아로 태어났다고 한다. 메리의 어머니는 그녀를 임신 중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었다고 하며, 오빠인 '마크 리드'(Mark Read)가 어려서 사망하자, 친가의 경제적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 메리가 대신 마크 행세를 하며 남자로 살아갔다고 한다. 메리와 그녀의 어머니는 성공적으로 할머니를 속이는 데 성공하여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큰 금액은 아니었던지 13살 무렵에 프랑스로 팔려나가 전함에서 근무하였고, 이후 다시 도망쳐서 영국 육군에 입대하였다고 한다. 또는 급사로 취직해 일하다가 선원이 되었고, 다시 영국군에 입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느 쪽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는 남장을 하고 계속 남자로서 살았고, 영국군에 입대한 후에는 '9년 전쟁'에 참전하였다가 같이 근무하던 플랑드르 출신의 군인과 눈이 맞아 결혼했다고 한다. 이때 메리는 네덜란드 브레다 성 근처의 여관을 인수하여 운영했다고 하는데, 결혼 생활 동안은 여자로서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 같지만 얼마 안 가 남편이 사망하였고, 결국 다시 남장을 하고 이번에는 네덜란드군에 입대하여 군인 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군생활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계속 승진하지 못하였고, 이내 전역하고 서인도 제도로 떠났다.
여해적 메리 리드
메리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서인도 제도를 향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운은 별로 좋지 못했던 것 같은데, 메리가 탄 배는 해적의 습격을 받아 나포되었고, 메리를 영국 남성으로 착각한 해적에게 동료가 되라는 강요를 받아 해적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1718년에 '조지 1세'가 내린 사면령을 받아 사략선의 선원으로 전직하였는데, 이듬해 선상 반란이 일어나 다시 해적이 되었다가, 1720년에 '캘리코 잭'으로 유명한 해적인 '존 래컴'과 만나 합류하게 된다. 메리와 존, 그리고 '앤 보니'는 '나소' 항구에서 무장 범선인 '윌리엄 호'를 탈취하는 데 성공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서인도 제도를 돌며 약탈을 일삼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메리는 계속 남자 행세를 했기 때문에 해적단의 누구도 메리가 여자인 줄 모르고 있었는데, 메리에게 매력을 느낀 앤이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고백했고, 메리가 앤에게 자신도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역사상으로 매우 드문 여해적들이 서로에 대해 알게 된다. 이후 메리와 앤은 그 사실을 숨기고 계속 남장을 하고 해적질을 이어갔는데, 앤의 남편 존이 둘 사이를 질투했기 때문에 그에게도 메리가 여자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메리와 앤이 여자라는 것은 해적단의 극히 일부만이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두 사람의 남장이 매우 뛰어났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 되었든 이로서 존 래컴의 해적단은 이례적으로 두 명의 여해적이 속해 있는 특이한 집단이 된 것이다.
해적의 최후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는데, 그들은 해가 지나기 전에 영국의 해적 사냥꾼인 '조나단 바넷'에게 붙잡히게 된다. 메리와 존의 해적단은 자메이카의 '사우스 네그릴 포인트'에서 약탈의 성과를 자축하고 있었는데, 조나단이 급습하여 일제사격을 하였고, 해적단은 완전히 무력화되었다. 당시 메리와 앤, 그리고 이름 모를 한 명의 남자만이 저항을 했다고 하며, 나머지 인원들은 술에 취해 선창에 숨어있다가 저항이 모두 진압되자 항복하였다고 한다. 그들은 자메이카의 '스페니시 타운'에서 재판을 받았는데, 해적단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졌지만, 메리와 앤은 당시 임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형이 유예되었다. 그러나 메리는 결국 이듬해인 1721년에 사망하였는데, 감옥에서 출산을 하다 산욕열로 인해 사망하였다고도 하고, 그냥 감금된 상태에서 감염되어 열병을 앓아 사망하였다고도 한다. 메리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남자로서의 삶을 강요받았고, 한때 여자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나 남편이 요절하면서 그마저 어렵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남장여자로서 꽤 잘 적응해서 생활한 것 같은데, 결국 해적이 되어 범죄를 저지르다가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성장 한 이후에 여자로서의 자신을 찾을 기회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녀의 성격 때문인지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남자로서의 삶을 계속 추구하다가 해적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