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저장해두었다가 필요할때 꺼내 쓸 수는 없을까?
- 과학
- 2023. 3. 20.
빛을 보관하는 방법
빛을 빛 그대로 저장하는 방법으로서 우선 간단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그림과 같이 안쪽이 거울로 된 속이 빈 구체의 안에 빛을 쏘아 무한히 반사시키는 방법일 것 입니다. 물론 구체 내부는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진공으로 합니다. 이 방법은 언뜻 보면 영구적으로 빛을 가둘 수 있는 느낌이 들지만 실현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구체의 내면의 반사율을 100%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면의 반사율을 99%로 할 수 있었다고 합시다. 여기서 n회 반사한 후의 빛의 강도는 0.99ⁿ의 식으로 구할 수 있습니다. 구체 내에서 빛이 100회 반사하면 빛의 강도는 원래의 약 37%, 300회 반사하면 약 5%가 되어 버립니다. 빛의 속도는 초속 약 30만km나 되기 때문에, 우리가 취급할 수 있는 크기의 구체에서는 빛은 무한에 가까운 횟수만큼 반사되어 순식간에 소실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구체의 크기를 우주적 규모까지 크게 하면 어떨까요? 그러면 단위 시간당 빛이 반사되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동안 빛을 구체 내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주 멀리 있는 별의 빛이 우리에게 오는 것처럼, 빛을 다시 꺼낼 수 있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이것은 실질적으로 필요에 이해 빛을 저장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빛의 속도를 저하시키는 방법
빛의 속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빛은 진공 상태에서나 공기 중에서는 초속 약 30만km입니다만, 굴절률 n이 1.5인 유리 속에서 빛의 속도 v는, v = c / n (c는 진공에서의 광속)으로 약 20만km로 감소합니다. 빛의 속도를 좀 더 느리게 할 수 있는 물질이 있으면 앞에서 설명한 구체내의 반사를 이용할 필요없이, 빛을 그 재질에 통과시키는 것 만으로 빛을 어느 정도 그 재질 안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굴절률이 10000인 물질이 존재한다면, 그 물질을 통과할때 빛은 30km 진행하는데 1초가 걸리게 됩니다. 또한 굴절률이 더 큰 물질이 있으면 빛을 5초, 10초 이상 물질 내에 머물게 할 수 있습니다. 빛이 물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빛을 물질 안에 넣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우리가 알고있는 물질 중에서는 그정도로 굴절률이 큰 것은 없습니다. 즉, 이 방법은 빛을 저장하는 수단으로서는 실현 불가능합니다.
빛을 압축하여 저장하는 방법
미국 하버드 대학의 린 베스터가드 하우 박사와 그의 연구팀은 1999년 보스-아인슈타인 응축을 이용하여 빛의 속도를 진공의 1800만분의 1, 즉 시속 60km정도까지 낮추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은 절대 0도(0K = -273.15℃)에 가까운 극저온 상태로 만든 나트륨 원자가 응집한 가스 속에 진동수를 조정한 제어용 레이저광을 배치해 놓고, 이 가스 안에 파장이 조금씩 다른 다수의 빛을 중첩한 펄스광을 보내어 맞추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그러자 펄스광이 압축되어 속도가 극적으로 느려졌습니다. 이 현상의 원리는 유리를 통과하는 빛의 속도가 떨어지는 원리와는 다릅니다. 이 원리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간단히 알아봅시다. 극저온의 나트륨 원자 가스 속에서 빛의 속도는 파장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면 많은 파장의 빛을 겹친 펄스광이 압축되어, 그 이동 속도가 느려집니다. 이어서 제어용 레이저광을 지나온 펄스광은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하우 박사는 이 극저온의 나트륨 원자 가스는 블랙홀과 매우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시공간이 왜곡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트륨 원자의 가스 속의 시공간이 왜곡되어 있다면,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말한대로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 입니다. 즉, 나트륨 원자의 가스 속에서는 시간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 입니다. 연구팀은 2001년에는 광선을 완전히 멈추는데 성공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나트륨 원자의 가스에 펄스광을 담아 놓았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는 실험에도 성공하고 있습니다. 먼저 펄스광을 제어용 레이저광에 도입한 후, 제어용 레이저광을 끕니다. 이 때 펄스광도 사라져 버립니다만, 펄스광의 정보는 가스 속의 나트륨 원자에 기억되게 됩니다. 이후 제어용 레이저를 다시 나트륨 원자 가스에 조사하면 펄스광이 되살아납니다. 연구팀이 실현한 이 현상은 빛이 느려지는 것 뿐만 아니라 빛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물질에 기억시키고, 다시 빛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빛을 자유롭게 조종할 수 있게 됩니다. 양자 컴퓨터나 더 나은 광통신을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입니다.
빛을 축적하는 인공 물질
1987년 미국 벨통신연구소의 엘리 야블로노비치(Eli Yablonovitch) 박사는 굴절률이 다른 물질을 주기적으로 배열한 미세한 구조체를 사용하면 빛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구조체를 포토닉 결정이라고 합니다. 포토닉 결정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물질의 결정과는 다릅니다. 주기적인 구조를 가진 특수하고 미세한 물체라고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쉬울 것 입니다. 포토닉 결정의 구조의 주기는 빛의 파장의 절반 정도(가시광선에서는 200nm ~ 300nm 정도)의 나노 오더 입니다. 포토닉 결정은 매우 미세한 구조입니다. 포토닉 결정은 빛의 투과, 반사, 굴절, 회절, 산란, 간섭 등 빛의 동작을 제어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빛이 포토닉 결정에 들어갈 때, 빛의 동작은 빛의 파동의 파장(진동수)과 포토닉 결정의 주기적 구조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 됩니다. 빛을 저장한다는 점에서는, 포토닉 결정 중에는 빛이 존재할 수 있는 곳과 빛이 존재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포토닉 결정의 구조를 바꾸어주면, 빛이 집중되어 존재하는 부분이 생기거나, 결정 안에서 빛이 이동할 수 있는 길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토닉 결정을 통과하는 빛은 정상적인 빛의 동작과 다릅니다. 예를 들어, 굴절률이 음이 되거나, 약간의 파장의 차이로 굴절률이 크게 바뀌거나 하는 등의 종래의 물질에서는 일어날 수 없었던 현상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응용하여 빛을 저장하는 방법을 고안해 볼 수 있을 것 입니다.